하나 뿐인 우리아이 '건강한' 무관심 필요해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4살 된 딸을 둔 주부 신혜영(35세, 가명)씨는 아이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다. 신 씨는 “내년부터는 유치원에 보낼 계획인데 혹시라도 외동이기 때문에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신경이 쓰인다”며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바른 아이로 키울 수 있을지 남편과 계속 고민한다”고 말했다.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부들이 아이 가지기를 꺼려하거나 아이를 낳더라도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를 낳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예전에는 흔하지 않았던 외동아이가 이제는 한집 건너 하나일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외동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혼자서 받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같은 이유로 부모들은 아이가 버릇이 없지는 않을까 고민하고는 한다.
전문가들은 “외동아이에 대한 선입견은 선입견에 그치는 경우도 많지만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걱정이 아이를 버릇이 없다는 선입견으로 몰아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충고한다.
즉, 외동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릇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버릇이 없게 키웠기 때문.
물론 의도적으로 버릇없이 키우는 부모는 없다.
강동소아정신과의원 김영화 원장은 “첫아이나 외동아이는 부모가 아이를 길러본 경험이 없고 부모로서도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녀양육에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며 “부모는 자신의 희망을 첫 아이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의 모든 안전과 행복이 부모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해하기 때문에 아이를 버릇없이 기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때로는 건강한 무관심도 필요
외동아이는 혼자라는 이유로 구조적인 약점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키워야 외동아이의 선입견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우선 과잉간섭은 금물이다.
분당차병원 정신과 육기환 교수는 “아이가 많다면 관심이 나눠지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관심을 덜 가지게 되지만 아이가 하나일 때에는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아이가 어떤 일에 대해 시행착오를 겪을 시기에 부모가 자신이 먼저 그 일을 해결해주려는 경향이 많다”고 말한다.
이 같은 과잉간섭은 결국 과잉보호로 이어질 수 있고 아이는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다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김영화 원장은 “부모가 자신의 모든 행복과 이기적인 권리를 포기하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무엇이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이들은 본인을 위해서 무엇이 좋은지 모르고 또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때로는 건강한 무관심도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확실한 태도와 지시이며 이것이 아이를 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와 함께 같이 자라는 남매가 없는 외동아이는 사교성도 결핍될 수 있다.
외동아이는 다른 사람들도 부모처럼 자신에게 매우 우호적이라 생각하고 다른 이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병원놀이나 축구 같은 것을 자주 접하게 해줌으로써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길러주며 사회성의 기본을 다져주어야 한다.
한편, 버릇없이 키우지 않기 위해 아이를 더 혼내는 것도 아이를 소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육기환 교수는 “아이의 예의를 강조해 너무 심하게 혼내는 것은 결국 나이에 맞지 않는 예의나 나이에 맞지 않는 올바른 행동을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나이에 맞지 않는 이 같은 요구는 아이를 소극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올바르게 아이를 혼내는 방법도 필요하다.
육기환 교수는 “부모가 잘잘못을 가려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한쪽에서는 잘못을 가려주고 한쪽에서는 마음을 헤아려주며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달래주는 한 쪽의 부모가 아이의 입장을 대변해주면 아이가 혼란스러워지므로 아이를 달래주더라도 부모가 모두 공통된 견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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