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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정신건강칼럼

0~3세 아이 키우기

자라지 않는 아이

우리 아이가 자폐증 이라면?

자라지않는 아이 - 이것은 중국을 배경으로한 대하소설 "대지"의 작가인 펄벅여사의 자서전의 제목이다. 펄벅 여사에게는 아주 예쁜 외동딸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자라면서 지능이 떨어지고 사람에 대한 반응이 없어 6세 경에 병원에서 자폐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펄벅 여사는 자서전에서 자폐아 부모가 겪어야 하는 방황과 아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펄벅 여사는 자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유명한 병원과 의사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펄벅 여사는 자폐증을 다른 병처럼 간단한 치료로 고칠 수 있는 병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미국의 한 병원에서 자폐가 일생동안 장애를 받는 병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폐증이란?

최근엔 자폐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아이가 혹시 자폐증이 아닐까 걱정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자폐증이란 말은 1943년 미국의 소아정신과 의사인 카너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는 아주 특이한 아이들 11명을 발견하고 이 아이들에게 유아 자폐증이란 진단을 내렸다.
자폐란 말은, 자기 세계에 빠져 움츠러들고 폐쇄적으로 세상과 담을 쌓은 듯이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자폐증이란 병명이 알려졌으며 최근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폐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수줍어 하거나 혼자 놀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자폐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반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없는 아이들을 '자라면서 말을 하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진단과 교육을 받을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생겨도 안 될 것이다.

바보 천재?

몇 년 전 상영된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자폐증 연기를 훌륭히 해냈다.영화에서 처럼 자폐증 환자는 외모는 정상인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말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제대로 주고 받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며, 상상력은 부족하지만 기억력은 좋은 특징을 보인다.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영어나 한문을 읽고, 어려운 계산을 해내고, 한번 들은 곡을 그대로 연주하는 등의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는 않다.
얼마 전 중국 연변에서 한국을 방문한 정신과 의사의 말로는 중국에서는 자폐증이란 진단은 아직 없고. 다만 이런 특징을 가진 환자를 '바보 천재'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말하기가 늦으면 자폐증일까?

자폐 아동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말이 늦은 경우엔 아이가 단순히 말하기가 늦은 것인지.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에 아무 관심이 없고 눈맞춤도 되지 않는 것인지 잘 살펴 보아야 한다. 말이 늦어도 이름을 부르면 잘 돌아보고, 눈짓이나 손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말이 늦은 경우이다.
따라서, 말만 늦는다고 해서 혹시 자폐가 아닐까 하고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사람에게 아무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자폐를 의심해야 한다.

자폐증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

카너 박사의 자폐증이란 병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왜 그런 병이 생기는 것일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카너 박사는 처음 환자들을 대하고 그 원인이 주로 부모의 양육 방법이 잘못되어 생긴 것으로 보았다. 카너 박사는 '냉장고 엄마'가 병의 원인이라고 하였는데 엄마가 냉장고처럼 차갑고 아이에게 정을 주지 않아 병이 생긴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의 자폐증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여러 가지 정보로 미루어 볼 때 자폐증은 선천적인 뇌 질환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로 자폐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폐는 부모 사랑의 결핍으로 온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또 자폐가 유전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자폐증은 유전병이 아니기 때문에 자폐 아동의 부모는 동생을 가질 때 자폐아가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폐증은 고칠 수 있는 병일까?

자폐증의 치료 목표는 독립적인 삶을 살아 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개발 시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자기 진단이 중요하고, 진단이 내려지면 특수 교육 기관에서 지속적인 조기 특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자폐 아동에 대한 이해와 자폐 아동을 위한 교육 기관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폐 아동들은 다른 장애 아동에 비해서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폐 아동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아이 수준에 맞는 조기 교육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폐증 어린이를 위한 가정 교육

자폐 아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치료자는 부모이다. 부모와 교사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에 대한 사랑과 자폐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교육에 임해야 한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부모가 아이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육적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폐 아동은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 부터 간지럼을 태우거나 같이 뒹구는 놀이로 아이의 반응을 끌어 내도록 한다.
자폐 아동은 혼자 잘 노는 것처럼 보이는데,이 때도 부모가 참견을 하고 같이 하는 놀이를 더 좋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혼자 놀이에 빠져 있는 것을 방치하면 자폐적인 성향만 커질 뿐이다.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소아정신과전문의 김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