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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집중인터뷰 2011.5.29

“요즘 사춘기는 24살까지입니다.”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 책을 펴낸 김영화(53) 서울 강동신경정신과 원장은 “과거 사춘기를 12세에서 18세까지로 봤다면 요즘은 10세부터 24세까지가 사춘기”라는 ‘1024사춘기’란 개념을 들고나왔다. 이화여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미국 유타주립대병원 등에서 임상의와 임상자문의를 두루 맡아왔다.

지난 5월 17일 서울 강동구 길동에 있는 강동신경정신과 4층 진료실에서 그를 만났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환자대기실에는 자녀 손을 잡고 찾아온 부모들로 붐볐다. 김원장에 따르면 전국의 소아정신과는 대략 300여개.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는데 하루에 진료하는 20~30명 환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사춘기에 접어든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다.

“춘(春)은 성(性)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사춘기에 접어들면 결혼을 시켰습니다. 결혼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욕구를 해결한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대학이다, 대학원이다 해서 교육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사춘기도 같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부모들을 대상으로 ‘요즘은 24세까지가 사춘기’라고 하면 많은 부모들이 끄덕입니다. 앞으로 사춘기는 더 길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길어진 사춘기와 달리, 사춘기가 오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신체적으로 여아의 경우 ‘초경’, 남아는 ‘몽정’을 사춘기의 시작으로 본다. 하지만 요즘은 여아의 경우 10세, 남아의 경우 11세 정도면 사춘기가 찾아온다. 이는 1900년대 초만 해도 대략 15세, 20년 전만 해도 13세 즈음에 사춘기가 왔던 것에 비해 무려 5년이나 급속히 앞당겨진 수치다.

사춘기가 빨리 오고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는 미국에서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 수만 명을 대상으로 MRI와 CT 등으로 두뇌의 변화를 정밀추적한 결과 입증된 사실이다. 그가 사춘기의 뇌에 관한 책을 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사춘기 아이들의 두뇌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여아 10세, 남아 11세 사춘기 시작”

사춘기 청소년들의 두뇌는 원시뇌 속에 있는 편도체(扁桃體)를 통해 대상에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시뇌는 자기보호 및 식욕, 수면욕, 배설욕, 성욕 등 가장 1차적인 반응을 처리하는 곳이다. 반면 사춘기를 넘긴 성인의 경우 머리 앞에 있는 전두엽을 통해 대상에 반응한다. 이와 같이 사춘기 청소년과 성인은 두뇌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가령 부모가 잔소리를 할 경우 사춘기를 지난 성인들은 두뇌 앞에 있는 전두엽으로 받아들인다. 쉽게 말하면 앞뒤를 재서 상황판단을 한다는 것. 하지만 사춘기 청소년들은 편도체에서 반응을 일으켜 ‘잔소리는 곧 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기를 공격하려는 위협신호로 해석해 오히려 더 강하게 대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춘기 청소년이 옷차림과 화장에 과도한 신경을 쓰는 것도 두뇌구조 차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부모들은 이를 너무 걱정하거나 나무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부모들이 두뇌구조 차이를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춘기 자녀들에게 성인과 사춘기 아이들의 두뇌구조에 대한 설명해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사춘기 청소년이 일탈행동을 하는 것도 짜릿한 행동을 즐기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왕성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동차를 훔쳐 타는 등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일탈이 크게 선을 넘지 않을 경우 그냥 놔두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 말에 반항하는 것도 그는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사춘기 이전 유아들은 해답을 찾기 위해 부모에게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스스로 해답을 찾으며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 합니다. 가령 어떤 옷이 좋냐고 부모에게 묻지만 이는 단순히 조언을 구하는 데 불과합니다. 결정은 스스로 내립니다. 오히려 부모에게 반항해 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갑니다. 이렇게 보면 반항하는 것이 당연하죠.”


꾸준한 대화·약물로 치료 가능


반항도 지나치게 도를 벗어날 경우 문제가 된다. 김영화 원장은 “도를 넘는 일탈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정신과에서 적절한 대화와 투약치료를 병행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집 여자 속옷을 훔친 중학생과, 동네 세탁소 아줌마를 덮친 고등학생을 6개월간 꾸준한 대화와 약물치료를 통해 완벽하게 치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도 부쩍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 손에 억지로 끌려오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반면 요즘은 청소년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먼저 정보를 검색한 후 스스로 부모 손을 이끌고 함께 병원을 찾는다는 것. 이런 청소년들의 경우 치료를 받으려는 의지가 강하고 협조도 잘해서 오히려 치료효과가 높다고 한다.

“오히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음란물과 폭력물이 범람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음란물을 접한 청소년들이 음란물과 폭력물 속의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정에서 아이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등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과의 사이에 딸(25)과 아들(23) 하나씩을 두고 있다. “대학생 아들은 아직 사춘기 같다”고 그는 웃었다. 그는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는 창의성에 초점을 뒀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모두 해보도록 했다. 다행히 김 원장의 자녀들은 크게 사고치는 일 없이 사춘기를 무난히 넘겼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고액과외하고 전교 1등하는 아이들이 정작 대학에 가서 자살하는 것은 아직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매일 앉아서 공부만 하고 자원봉사나 사회경험이 없다 보니 면역력이 부족한 셈”이라며 “그렇다 보니 상급 학교에서 2등으로 떨어지거나 성적이 뒤처질 경우 받는 충격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전문학을 읽고, 운동과 자원봉사 등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청소년 두뇌건강에 필수적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원봉사가 특히 중요하다”며 “청소년 두뇌건강 차원에서 자원봉사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157100028&ctcd=C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