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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컬럼 2013.1.31] '김영화의 성교육' 우즈와 긱스가 치료받은 性 중독증

“섹스도 중독이 되나요? 성적인 쾌락을 너무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음란물에 빠져 자위행위를 탐닉하는 남편이 걱정돼 병원을 찾는 아내들에게 “섹스 중독이 의심된다”고 하면 대부분의 아내들은 이런 반응을 보인다. 섹스 중독은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말이다.

‘섹스 중독(성 중독)’이란 말은 미국의 상담교육학자인 패트릭 칸스가 만들었다. 그는 1983년 ‘어둠 속으로부터’란 책에서 술 담배에 중독되듯 섹스에도 중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성 중독은 음란물에 몰입하거나 불특정 다수와 정사를 벌이고, 끊임없이 자위를 하는 등 통제할 수 없이 성행위에 몰입하는 상태다.

성 중독이라는 용어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유명 인사들의 스캔들 때문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지퍼게이트의 주인공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라이언 긱스도 성 중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이다. 이 중 타이거 우즈와 라이언 긱스는 스스로 중독임을 인정하고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무엇이 이들을 성 중독자로 만들었을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인 계부의 폭력으로 상처받은 유년기를 보냈다. ‘지쳤을 때나 화가 났을 때, 그리고 나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할 때 나중에 부끄러워하게 될 이기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실수를 범하게 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발간한 자서전 ‘나의 인생’에서 자신이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게 된 심리 상태를 이렇게 고백했다. 성 중독이란 용어를 탄생시킨 패트릭 칸스는 성 중독자의 80% 이상이 어린 시절 가정에서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성 중독 문제가 유명 인사를 통해 자주 드러나기 때문에 성 중독은 권력자들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 중독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성 중독은 성별, 연령, 사회계층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답게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음란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성 중독자가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성건강증진협회(SASH)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1600만 명 이상의 성인이 성 중독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 중 12% 정도가 여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성 중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성 중독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성인 인구의 5∼6%(한국은 200만 명 정도)가 성 중독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금단의 주제인 섹스에도 중독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본인이나 가족이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누리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끊기 어려운 중독으로 누리꾼 열 명 중 네 명이 성 중독을 선택했다.

성중독의 증가는 명백히 성범죄 증가로 이어진다. 성 중독자들 중 20% 정도는 성 충동이 조절되지 않아 아동 성추행이나 성폭행과 같은 성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성범죄자의 50% 이상이 성 중독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성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성범죄의 예방으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성 중독자를 방치하면 20% 정도는 성 범죄자가 될 수 있다. 나머지 80%의 성 중독자들도 성범죄자가 되지 않을 뿐이지 삶의 질은 극히 낮으며 사회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성중독자들은 자신이 중독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각하는 경우에도 중독자임을 인정하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치료받기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사회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하다.

성중독 예방을 위해 성 중독을 촉발시키는 음란물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가정과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음란물을 보고 성적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성 중독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성 충동을 부추기는 우리 주변 환경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나 눈길만 돌리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면으로 가득한 대중문화도 성 중독자 증가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URL http://news.donga.com/3/all/20130131/52707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