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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012.9.10] 성폭력범죄에 대한 인터뷰

링크: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223100017&ctcd=C04

성범죄 빈발에 따라 화학적 거세 대상이 기존 16세 미만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에서 19세 미만 상대 성범죄자로 확대될 예정이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 투여를 통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을 줄이는 게 목표다. 성충동 약물치료라고도 한다. 그런데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약물은 값이 만만치 않다.   

   법 무부가 지정 고시(제2011-343호)한 약물은 고세렐린, 루프롤라이드, 트립토렐린, CPA(사이프로테론), MPA(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로 총 5가지다. 이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고세렐린과 루프롤라이드로, 고환에 직접 작용하는 전립선암 치료제의 일종이다. 경우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혹은 세 달에 한 번 피하지방층(배, 엉덩이 등)에 주사하며 1회 28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법무부 대변인실은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성범죄자 1인당 화학적 거세 예산은 1년에 약 500만원이다. 약물치료, 각종 호르몬 수치 및 부작용 검사, 심리치료 등에 쓰이는 비용을 모두 합한 것이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최장 15년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성범죄자도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5년간 치료를 받는데 들어가는 돈은 7500만원이다. 화학적 거세 예산이 처음 책정된 지난해 하반기 예산은 5000만원이었고, 올해의 경우는 2억원으로 성범죄자 40명분이다. 추후 성범죄자가 늘어날 경우 이에 따른 비용도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법무부는 화학적 거세 시행 15년째가 되면 연간 비용이 8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 화학적 거세 외에는 이렇다할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비용은 국가 부담?

   단 국대병원 정신과의 임명호 교수는 지난 2010년 8월 국내 최초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시작한 전문가다. 그 역시 화학적 거세의 비용 문제가 치료에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임 교수가 치료하고 있는 20세 남성(당시 18세)은 하루 3~4회 자위행위를 하고, 지나가는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등 비정상적 성충동을 참지 못해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케이스다. 치료 시작 1년이 지난 뒤부터는 야한 동영상을 보는 횟수도 줄었고, 충동적 행동도 현저히 감소했다. 현재 이 환자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0.48로, 치료 초기에 비해 낮아진 것은 물론, 정상인의 평균 수치(2.41~8.27)를 밑돈다.

   그러나 이 환자는 6개월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맞던 주사를 두 달에 한 번 맞는다. 건강보험 적용이나 정부 지원이 되지 않아 약값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그나마 한 달 간격으로 맞던 주사를 두 달에 한 번 놓았음에도 치료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심리 치료를 병행했기 때문”이라며 “이 환자의 경우 법원의 명령에 따라 치료를 시작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비용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라고 지적했다.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시술은 주로 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과 법무부가 지정한 민간 기관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감호소에 있다가 본인 동의에 의해 가석방된 사람의 경우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치료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경우엔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성범죄자 중에 경제력이 없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그러나 ‘치료받는 성범죄자에 대한 정부의 비용 지원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의 한 관계자는 “당국과 협의 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성충동 약물치료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 관련 법률 개정이 추진 중이라 아직 예산을 논의하기는 이르다”고만 답했다.

   “국 가 예산을 왜 흉악범들 치료에 써야 하냐”는 식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화학적 거세 비용’을 검색하면 “성범죄자가 편히 밥 먹고 지내는 것만 생각해도 화가 나는데, 왜 내 세금을 그런 곳에 써야 하느냐” “500만원이면 내 몇 달 생활비다” 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성범죄자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자” “사형제를 부활시키자” 등의 강도 높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화학적 거세의 또 다른 문제는 높은 비용을 지불함에도 그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데 있다. 최소 3년에서 최대 15년까지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투여가 끝난 이후에는 성욕이 되살아난다. 최근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서울 송파갑)이 ‘물리적 거세(외과적 거세)’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물리적 거세는 화학적 거세에 비해 저렴하고 효과도 오래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동소아정신과의 김영화 원장은 “화학적 거세와 같은 약물치료만으로 성충동을 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정신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상식과도 같다”며 “화학적 거세만 시행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약물 제제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약물 치료는 효과가 일시적이며 영원히 약물을 주사할 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심리 치료, 먹는 약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또 주사를 통해 테스토스테론을 정상 범위로 조정한다고 해도 ‘충동 조절’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성범죄는 범죄자의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 장애 등 원인이 복합적이며, 남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성범죄가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때문에 일어난다면, 범죄자가 모두 우락부락한 얼굴과 커다란 덩치의 소유자여야 하지 않겠냐”며 “그러나 우리 주변 성범죄자들은 남성적이고 강한 인상의 소유자보다 유순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소유자가 더 많다”고 했다.

   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의 이재우 원장은 “평생 주사를 놓을 수는 없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치료하지 않았을 때의 사회적 손실이 치료를 통한 사회적 이득보다 크다”며 성충동 약물치료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