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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012.7.2] 학교폭력 저자인터뷰

“언어폭력이 원인 아이 욕설 넘어가면 안된다”

서울시 강동구 길동의 강동소아정신과 김영화 원장은 “요즘 아이들이 불쌍해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책 이름은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와 정신 건강’. 김 원장은 “청소년은 신체적으로는 성숙해 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숙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날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어요. 정신과 전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속 병을 알아차리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은 어른이 할 일입니다.” 김 원장은 ‘내 아이 마음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2009),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2011) 등 최근 해마다 청소년 책을 내고 있다.

그는 특히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에 대해 부모 세대와는 환경이 현저히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요즘 청소년은 물질적으로 부모 세대보다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랍니다. 가정은 핵가족화됐고 많은 부모가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있습니다. 높은 이혼율에 따른 가족 해체로 아이들은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문화 대신 개인주의가 각 가정에 자리 잡게 된 겁니다.”

학교 환경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초·중·고교는 좋은 상급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유아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의 미디어 환경은 청소년에게 매우 유해하다. “인터넷 게임 중독도 학교폭력과 관련이 깊습니다. 청소년은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며 게임 속 주인공의 폭력적인 행동을 따라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부모와 교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청소년들만의 또래문화가 형성된 것도 청소년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비해 사춘기가 길어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경제 활동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춘기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독립의 욕구가 강한 청소년이 예전에 비해 오랫동안 부모와 학교의 통제하에 있으며 입시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이러한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가정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가정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과 약자에 대한 배려 같은 기본적인 가치 교육을 소홀히 하면 자녀가 학교폭력과 연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는 특히 언어교육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은 대체로 언어폭력에서 시작합니다. 아이가 욕설을 하는 걸 예사로 넘기면 안 됩니다. 가정은 아이가 말을 배우는 곳이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예의 바른 말을 쓰는 언어 순화 교육이야말로 가정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학교폭력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폭력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히 개입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교사가 이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면 교사들이 불이익을 당하므로 어떻게든 드러내지 않고 넘어가려는 폐쇄적인 학교 문화도 청소년 폭력 문제 해결에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나라가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예방교육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뿐 아니라 친구가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하는데도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는 방관자 입장의 학생들까지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미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에게 학교폭력 대처에 반드시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의무화했고 그 결과 매우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난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학교폭력에 대한 국가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교, 나아가 국민 모두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무서운 범죄의 하나로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213100030&ctcd=C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