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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1.12.27 칼럼연재] '안철수엄마' 따라하기

최근 연말 모임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의 강남엄마들이 어린자녀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것이 유행이라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대학원장 모친이 어린 자녀들에게 존댓말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가정교육 현장에도 '안철수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이다.

나는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어떤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조용히 혼자서 놀고, 공부도 중간 정도인 절대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다른 아이와 다른 점은 책읽기를 무척 좋아했다는 점이다. 거의 활자중독증이라 할 만큼 책읽기를 좋아해 하루에 도서관에서 몇 권씩 빌려다 읽었다. 소설책과 과학책을 많이 읽었고 자라서 과학자가 되려는 꿈을 키웠다. 성적은 중간 정도였으나 고교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가 바라는 대로 의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 임상의가 아니라 의대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기초의학을 전공한 점, 안철수 연구소 설립 이후에도 계속 대학에서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연구가이자 교수로 여기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안 원장은 고교에 다닐 때까지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높임말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어느 날 학교에 지각하게 되어 택시를 타야 했는데 큰길 까지 따라 나온 모친이 "잘 다녀 오세요"하고 인사를 했다. 이를 본 택시기사가 "형수님이신가?"물었다. "아니요, 제 어머니세요"란 대답에 깜짝 놀라는 택시기사를 보며 어머니가 자식에게 높임말을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며 '우리 어머니는 아주 특별한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어머니가 몸소 실천한 교육철학을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강조한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가장 큰 가르침은 어떤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깨어있는 동안 늘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한다.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정직과 성실,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꼽는 것도 어머니 영향 때문이다.

그의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든지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라고 가르쳤고, 그것을 보여주는 방편으로 자식에게 존댓말을 쓴 것이다.

안 원장의 부모는 아들이 자라서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지금처럼 2040세대들이 닮고 싶고, 벤치마킹하고 싶은 리더 1위의 롤 모델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0월 서울시장 출마설이 있을 때는 모친이 매일같이 전화로 출마를 말렸다고 하니 지금처럼 열풍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자식의 성공이라 여기지 않는 듯 하다.

올 한해 '안철수 열풍'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정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부모 스스로 실천하지 않고 '자녀에게 존댓말 쓰기'만 흉내 낸다면 이는 실속 없는 '짝퉁'에 불과하다. 진실한 삶의 자세를 따라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자라서 안 원장처럼 유력인사가 되기를 욕망하는 경박한 의도가 읽힌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안 원장은 자기 나름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도 그래야 한다. 그리고 안 원장 모친의 교육방식이 금과옥조처럼 꼭 옳기만 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자녀교육에 왕도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강남엄마들의 '안철수 엄마 따라 하기' 열풍은 결과 중심적이며 물신적인 자녀교육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의 소극(笑劇)인 것만은 분명하다.

출처:http://news.hankooki.com/ArticleView/ArticleView.php?url=opinion/201112/h2011122621001881920.htm&ver=v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