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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1.11.15 칼럼연재- 삶과 문화] 교실붕괴와 헬리콥터부모

며칠 전 경기 부천 여성청소년센터에서 학부모교육 강의를 했다. 손톱뿐 아니라 발톱까지 물어뜯는 아이, 중학생인데도 밤에 혼자 자지 못하는 아이... 정말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교사와 자녀의 불화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최근엔 교사의 부당한 처우로 자녀가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 당했다고 여교사에게 덤벼든 여학생, 담배를 빼앗겠다며 교감을 폭행한 남학생 등등 모두 교실붕괴를 보여주는 뉴스다.

핵가족으로 자녀수가 줄면서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학교에서는 교실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이 둘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20년 전 일본에서 처음 소개된 교실붕괴는 '학생이 교실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교사가 학생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상태'다. 체벌금지 실행 1년을 맞아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도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헬리콥터 부모'란 말도 20년 전 뉴스위크에 처음 나왔다. 자녀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과잉보호하는 부모를 뜻한다. 자녀 일에 일일이 참견하고 학교나 교사에게 간섭하여 결국 자녀를 마마보이로 만든다. 자녀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아 '찍찍이 부모'라 불리기도 한다.

매년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헬리콥터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간섭은 대학입학을 앞두면 더욱 심해지기 십상이다. 조사를 해보니 명문인 모 미국대학 신입생 10%가 헬리콥터 부모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도 헬리콥터 부모가 늘고 있다. 초등학생일 땐 공부와 친구를 챙겨주고 중고등학생일 땐 입시를, 대학졸업 후는 취업을 챙긴다. 이들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군에 입대한 아들의 전화를 매일 받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대학생 자녀의 학점이 잘못되었다며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따진다. 사법연수원에 다니는 자녀를 위해 지도교수에게 촌지를 건네는 부모도 있다. 성인이 된 자녀의 결혼상대를 찾는 일에도 미주알고주알 간섭한다.

학교 주변을 맴돌다가 아이에게 불리한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나타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교사존경'을 가르치지 않는다. 공동체 생활에 꼭 필요한 타인에 대한 배려, 존중, 예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버릇없는 자녀를 가르치기는커녕 '교사무시'에 가세한다. 교사들은 교권을 침해하는 주체로 학부모를 지목한다. 교과와 학교생활 등 학생지도에 불만을 품고 일일이 간섭하기 때문이다.

핵가족 하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일일이 가르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가정에서 자녀를 과잉 보호하면 아이들은 자기 판단만 믿고 자기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가정에서 부모존중, 사회존중을 가르치지 않다 보니 가정에서 일어난 '부모권 붕괴'가 학교에서 '교권붕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헬리콥터 부모는 방향을 틀어야 한다. 얼마 전 재능 나눔 강좌에서 만난 한 학부모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은 늘 꼴지 였어요. 하지만 저와 함께 자원봉사를 꾸준히 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자원봉사를 하며 행복하다고 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성숙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