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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1.07.26 칼럼연재 - 삶과문화] 사춘기 뇌, 위험해요

얼마 전 경기 의왕시 중앙도서관을 다녀왔다. 도서관 문화강좌에 초빙되어 간 것이다. 지난 5월 출간한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 저자로서 의왕시 학부모들을 위해 두 시간 넘게 자녀교육 특강을 했다. 늦은 시간 비도 부슬부슬 내렸지만 강당을 가득 채운 학부모들은 끝까지 귀를 기울였다. 강의 내용은 주로 최근에 밝혀진 사춘기 뇌의 특징과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잘 하는 방법에 관한 것 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마친 후 아버지 한 분이 오시더니 "그러니까 내 마음은 가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에 있는 것이네요" 하며 나에게 확인을 구하시는게 아닌가. 정말 내 마음은 가슴이나 심장이 아니라 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최근 들어 뇌 과학이 크게 발달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소개되고 있다. 종교적 체험을 뇌 과학으로 설명하는 시도도 있다. 불교식 명상으로 사람의 뇌 구조를 변화시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뇌 과학으로 풀어낸 <붓다브레인>은 작년 아마존닷컴에서 36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신은 뇌 속에 갇히지 않는다' 면서 기독교적 영성체험은 뇌의 작용과 무관하다는 사실도 뇌 과학으로 증명해 보이려고 한다.

뇌 과학은 사춘기 뇌의 비밀도 밝혀내고 있다. 뇌 과학자들은 사춘기 뇌 속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후기 청소년의 뇌에는 천억개의 세포가 존재하는데 이 세포들은 또다시 천조에 달하는 연결을 만들어낸다. 이는 전 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망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사춘기 아이들은 사람의 얼굴 표정을 잘 읽지 못한다. 특히 놀란 얼굴을 보고는 화가 난 얼굴이라고 읽는다. 이런 차이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해독하는 뇌의 부위가 어른과 달랐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을 읽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 뇌의 전두엽을 사용한다. 반면 아이들은 사람의 얼굴표정을 읽을 때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를 사용한다. 그래서 부모나 선생님의 놀란 얼굴에 "왜 나에게 화를 내세요?" 하고 잘못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친구가 어깨를 건드리기만 해도 "왜 나를 때리느냐?"면서 과민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사춘기 뇌는 무엇이든 쉽게 빨리 배운다. 이점은 영유아기 뇌와 비슷하다. 영유아기 때 부모와 애착 형성이 매끄럽지 않으면 자라서 정서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 유아기 때 방치되거나 학대를 받은 아이는 자라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범죄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는 영유아기의 뇌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무척 예민하기 때문이다.

사춘기도 마찬가지다. 사춘기 뇌는 나쁜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쉽게 병들 수 있다. 감수성 높은 이 시기에 술이나 담배, 마약이나 유해한 게임에 노출된다면 그 어느 시기보다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중독은 쉽게 되고 회복은 정말 어렵다. 많은 발전 가능성을 지닌 사춘기 뇌는 동시에 매우 취약하고 위험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가 게임중독의 늪에 빠지거나 잘못된 습관의 노예가 되지 않게 부모들은 세심하게 돌봐주어야 한다.

사춘기 아이들은 문제를 감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좋은 감정경험은 건강한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친구와 가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각종 중독의 위험에서 사춘기 뇌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필수항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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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hankooki.com/ArticleView/ArticleView.php?url=opinion/201107/h2011072521131481920.htm&ver=v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