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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1.12.6] 한부모 가정의 비극

"선생님 엄마가 너무 무서워요. 모의고사 전국일등을 못하면 엄마가 나를 때려죽일 것 같아요." 지난달에 일어난 모친살해 고교생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정신과를 찾았다면 이렇게 호소했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은 경찰수사와 비슷한 점이 있다. 경찰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하듯, 의사는 환자의 개인의 역사를 물어 어떤 마음의 상처로 병이 생겼는지 정신 역동적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한 사람의 정신적 문제는 삼대에 걸쳐 생긴다고 보기 때문에 상담할 때 부모의 성장내력도 꼭 물어본다. 살해당한 어머니 역시 중3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들을 편애하는 편부 아래서 자랐다.

자신의 열등감을 자녀를 통해 보상하려는 엄마들은 공부 때문에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라면 아이 아버지에게 연락해 병적인 모자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조치했을 것이다.

공부하라고 피멍이들 정도로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아이를 때리는 것은 분명 아동학대다. 십년 전부터 우리주변에서 늘고 있는 부모에 의한 학대는 자녀의 반항, 거짓말, 도벽, 주의산만과 과잉행동이 그 이유다. 뇌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 학대 받은 아이들은 뇌가 달라져 우울증과 각종 중독에 더 취약한 뇌로 바뀐다고 한다.

'한부모 가정'은 배우자와 사별, 이혼, 별거 등으로 한쪽 부모와 아이로 이루어진 가정이다. 작년을 조사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한부모가정이 10%를 넘었다. 열 가구당 한 가구 꼴로 일본(8.5%) 프랑스(8%)보다 높은 수치다. 가족이 급속히 소 핵가족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증거다. 사별보다 이혼으로 인한 경우가 더 많았고 미혼모가정도 많이 늘었다.

한부모 가정 구성원들은 양부모 가정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취약하다. 부모들은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정서적 스트레스 때문에 자녀에게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더 많이 가한다. 아이들은 자긍심 없이 자란다. 편모를 기쁘게 하려고 애쓰지만, 솔직하게 자기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한쪽부모가 떠난 것도 자신의 책임이라며 죄책감과 분노, 원망을 가슴에 품고 지낸다.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려면 양쪽부모가 모두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남자 아이들은 인격형성을 위해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아버지가 없으면 할아버지, 삼촌 등 주변의 성인 남자와 자주 만나야 한다.

모친살해 고교생처럼 모자로 이루어진 한부모 가정은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힌다. 양쪽부모의 일을 해야 하는데 여성인 엄마로서는 사춘기 남자아이의 심리를 알기 어렵고 아이는 성인남성 롤 모델이 없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헷갈려 한다.

나는 20년 전 미국 유타주립아동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이 병원에는 당시 미국 중서부지역 가정에서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소아정신병동에 입원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아동 학대가 의심되면 이웃이나 학교에서 대개 고발을 하는데, 학대 사실이 확인되면 아이는 바로 격리 조치되어 보호센터로 보내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다. 가정에서 학대 받거나 방치되는 '나 홀로 아이들'이 늘어나는 우리 현실에도 절실히 필요한 제도다.

무상급식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굶주림에 시달리는 한부모 가정을 위해 국가적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살피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