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은실(33)씨는 20개월 된 딸 때문에 고민이다. 집에서 혼자 아이를 감당하기 버거워 종종 유아프로그램 TV를 틀어줬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씨는 "요즘은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TV를 켜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틀어주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해서 보는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무섭기까지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문제가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집중력이나 사고력, 인지력 같은 뇌 발달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 YMCA 어린이 영상문화연구회 안수경 간사는 "TV뿐 아니라, 비디오·인터넷·스마트폰 등 유아들이 영상물에 접촉하는 시간과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학습효과를 지닌 프로그램들은 언어력과 인지도 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좋다고 무분별하게 시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유아기는 시력이 완성되기 전 단계이기 때문에 오랜 영상물 시청은 눈 깜빡임이나 안구 건조증 등을 유발해 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안 간사는 "과도한 TV시청은 시각 및 뇌 발달에도 지장을 준다. 그래서 유아의 경우 하루 2시간 이상의 TV시청은 반드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동소아정신과 김영화 원장은 "TV 등 영상물은 일방적인 지식을 전파한다. 유아기는 다양한 자극과 감정적 욕구가 충족돼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과도한 TV시청은 사회적 인지기능이 늦은 아이의 경우, 유사자폐증을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사자폐증이란 후천적으로 자폐증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자폐증과 달리 치료가 가능하다.
증상으로는 늦은 언어발달과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타인에 대한 무관심, 집착 등이 있다. 김 원장은 "핵가족화가 되면서 다양한 대인관계에서 오는 자극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아이의 사회적 인지 기능을 높이고 싶다면 조부모나 형제, 친척, 이웃 간의 교류를 넓히고 엄마와의 감정적 교류를 늘리는 게 방법"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TV를 시청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30분가량 시청하고 1시간 정도는 엄마와 함께 프로그램 관련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래를 함께 부르는 등 프로그램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이 현명하다. 김 원장은 "일방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TV나 스마트폰에 아이를 맡기기보다는 엄마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자극을 주고받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유아가 TV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시청에 노출돼 있다. 어쩔 수 없다고 TV 앞에 아이를 앉힐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계획적으로 시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26/20110626004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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